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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스크랩] 환상적인 파김치 그리고 구경거리 하나..

행복나눔미소 2007. 6. 24. 20:57


추석에 육지의 시댁에 올라가기 전, 24일날 저의 시골집 할머니댁에 갔었습니다.
할머니 용채도 드리고 서울에서 내려 온 동생들도 볼 겸해서 갔지요.
할머니께서 우영팥(텃밭)에서 아주 연한 파를 뽑아서 다듬어 주셨습니다.
그래서 바로 그날  파김치를 담갔어요.
담가서 6시간이 지난 김친데요 파 김치는 익히지 않고 그냥 먹어야 맛있는 것 같습니다.


할머니 다듬어 주신 걸 그대로 가져다 양념으로 쓸거만 덜어놓고
3번 살살 씻어서 멸치젓 3/4컵에 10분만 나뒀습니다.
연한파는 절이지 않고 그냥 양념에 버무려야 맛있고 억센 굵은 파는
깨끗이 씻은 다음 소금물이 아닌 소금에만 절여야 파가 질겨지지
않는다고 해요.


파가 너무 연해서 젓갈을 붓자마자 이렇게 폭 내려앉았어요.


그 사이에 재빠르게 양념을 준비해서 만들었어요.
대개 파 1단에 고추가루 1컵을 넣으라고 하는데  저는 파 1단 반 분량에
고추가루 1컵을 넣었습니다.

고추가루 1컵, 풀물 1컵(물 1컵에 밀가루 3큰술),다진마늘 1큰술(생강도
편으로 썬 1조각 넣고  같이 다졌어요.),설탕 반큰술을 넣어서 해도
양념이 아주 넉넉했습니다.
멸치젓이 워낙 잘 �아서 저는 조미료를 안 넣었어요.
파 김치 맛을 봐서 뭔가 허전하다고 생각이 드신다면 조미료를 몇 알
넣으세요.  그러면 맛이 달라지죠.
김치에 그 정도 넣는 것은 괜챦습니다.

양푼에 다 넣고 잘 저은 다음....


파를 절였던 맛있는 멸치젓도 따라 넣어서...


이렇게 걸죽하게 만듭니다.


양념장을 파 머리부분에 부어서 살살 버무립니다.


다 됐습니다.


몇 가닥씩 똬리를 틀어서 차고차곡 넣어서 눌러 담습니다.
금방 먹어도 맛있기만 하더군요.

이렇게 파김치 담아놓자마자 저녁 5시반에 식구들이랑 외식을 갔어요.
마음 같아서는 뜨끈한 밥에 파 김치 얹어서 먹고 싶었지만 그냥 따라 갔습니다.
밤12시에 집에 돌아와 파김치 뚜껑을 열어 맛을 보니 잠이 안 올것 같았어요.
너무 맛있어서요. 밥을 먹고 왔는데도 또 먹고 싶었어요.
남편이 '지금 파김치에 밥 안 먹으면 파김치가 엄청 섭섭해 할 것'이라고
해서 저도 동감을 하고는 ...ㅠㅠ 쌀을 씻었습니다.


20분안에 밥과 심심한 된장국과 돼지목살구이를 동시에 해서는
파김치를 얹어서 먹었더니...정말 말이 필요없대요.. 흐미..맛있는 거...
역시 김치의 맛은 젓갈이 좌우하는 것 같아요.
특히 멸치젓이요.  
파 김치에 가장 어울리는 것은 김과 돼지고기인 것 같습니다.
밤 12시 넘어 밥과 국을 먹었더니 둘 다 얼굴이 더 넉넉해져서
지나가던 달님이 '저 집에도 달이 2개나 떳네'하고 갔어요.^^


그리고 이것 구경하세요.
할머니가 주신 130-40년되는 놋쇠주걱입니다.
오래 사용하지 않아서 초록 녹으로 덮여 있던 걸 잿가루로 닦으니 이렇게
반짝반짝 해졌어요.
그리고 묵직한게 무게도 있어요.

할머니의 시어머니(저의 증조할머니)께서 저의 집안에 시집올때부터
있었던 주걱이래요.
주걱에는 이곳저곳 긁힌 세월의 흔적들이 그대로 있고 많이 닳아 있어요.
금 덩어리 같아요.^^ 반짝반짝 한게.....

이래저래 무거운것들만 들면서 부엌살림 하다보니 제 손과 팔뚝은
점점 더 무쇠팔 무쇠손이 돼 가고 있습니다.
다 제가 자청해서 즐겁게 하는 일이니 남 탓할 일이 아니지요.
한때 섬섬옥수였던 누구 손도 이제는 뭉툭하니 살림의 흔적들이
여기저기 박혀져 있습니다.

손이 예쁜 손 모델이 언젠가 손 관리비법을 쓴 글을 봤는데
그 중 첫번째가 무거운 것을 절대 들지 않는 거래요.
이유는 자세하게 모르겠지만 그런 면에서 본 다면 저하고는 아주
먼 이야기가 되네요.

이미 무쇠팔, 무쇠손이 되어 버렸는데....^^


출처 : 송이앨범
글쓴이 : 양송이 원글보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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